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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손범수가 만난 사람]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 회장 서경배 동문(81경영)
등록일:2016-03-22
조회수:5,397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다

 

경제전문지 ‘포브스 아시아(Forbes Asia)’가 선정한 ‘2015 올해의 경영인’, 한국능률협회가 선정한 ‘2015 한국의 경영자’……서경배 동문에게는 화려한 수식어가 함께 한다. 화장품이라는 한 우물을 공략하며 편견을 깨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육성한 경영자로서도, 연세대학교 상경‧경영대학 동창회의 제24대 동창회장으로서도, 그의 행보는 계속된다.

 

손범수 동문(이하 손): 상경‧경영대학 24대 동창회장으로서의 첫 해가 마무리 되어갑니다. 그간의 소회가 궁금합니다.


서경배 동문(이하 서): 언젠가는 동창회를 위해 일을 하게 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은 해왔지만 이렇게나 빨리 동창회장이라는 큰 직책을 맡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귀한 역할을 주시니 감사함과 더불어 못내 걱정도 많았지요. 앞서 동창회에 헌신하신 선배님들께서 기틀을 잘 잡아두신 덕분에 상경인의 밤 행사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보람도 많았습니다. 더욱 품격 있는 동창회를 만들고, 학교의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손: 어떤 점에서 보람을 느끼셨는지요?


서: 하나의 행사를 진행해도 동문들께서 많이 참여해주시고 열성적으로 반응해주시는 점이 참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행사가 끝나면 동기들도 ‘뜻 깊은 행사였다’고 스마트폰 메신저 채팅 방에서 한마디씩 칭찬도 해주고요. 사소한 피드백이라도 저에겐 전부 의미가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상경경영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값진 시간들이었습니다.

 

손: ‘한국의 경영자상’, ‘올해의 경영인’, '대한민국 사랑받는 기업 정부포상 대통령 표창' 등등…… 2015년에 굵직한 상을 많이 받으셨습니다. 특히 ‘제52회 무역의 날’기념식에서 받은 ’금탑산업훈장‘은 화장품산업을 세계적 수출품목으로 육성시킨 공로로 주어진 것인 만큼 최고 경영자로서 뿌듯하실 듯합니다.

 

서: 모든 것이 우리 임직원들이 잘해준 덕분입니다. 그 중 무역의 날에 받은 금탑산업훈장의 의미가 컸습니다. 1964년은 무역의 날이 제정된 해이자, 에티오피아에 첫 수출을 하기 시작한 때이니까요. 외제 화장품이 국내외 시장을 점유하고 있지만 우리도 한 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시절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할 때만 해도 ‘화장품은 수출산업이다’라고 하면 대부분이 ‘국산 화장품은 안된다’며 비웃곤 했었죠. 오랫동안 화장품은 무역수지 적자품목이었고 그런 통계나 부정적인 말들을 접할 때면 마음이 무겁곤 했습니다.

 

손: 무역수지가 언제 돌아섰나요?


서: 무역수지 흑자가 처음으로 난 시기는 2014년부터였으니 얼마 안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뜻 깊은 날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과거 내수 산업, 사양 산업으로 여겨지던 화장품이 오늘날 무역 흑자를 창출하는 수출효자상품이 되었습니다. 회의적인 시선과 반대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선대에서부터 애착으로 일궈 오신 화장품 산업이었기에……아버님 성묘를 다녀오기도 했죠. 2015년은 아모레퍼시픽 70주년을 기념하며 선대 회장님의 평전도 내고, 여러모로 과거를 되돌아 볼 수 있었던 해였습니다.

 

손: 아모레퍼시픽도 몇 번의 위기를 넘겼던 걸로 압니다.


서: 1991년 총파업이 최대의 위기였는데 거의 부도가 날 뻔 했습니다. 태평양증권을 팔아서 겨우 모면한 거죠. 그때 선친과 마주보고 차를 마시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주제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다시 시작하자, 우리가 제일 하고 싶은 일,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고 의견이 모아졌어요. 화장품이었습니다.


손: 선택과 집중을 하신 거로군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서: 지금도 매년 찾아 뵙는 모교 임웅기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재무이론을 회사의 경영 전략으로 하면 안 된다, 기업은 자기 할 일을 잘하면 된다’. 모교 이학종 교수님께서도 ‘어설픈 다각화는 하지 말아라’고 하셨고요. 80년대에 30년 뒤의 세상을 내다보신 그분들의 조언들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좋은 스승의 밑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점이 가장 큰 자산이었던 것 같습니다.

 

 

손: 차 브랜드 ‘오설록’도 선친께서 많은 관심을 기울이셨다고 알고 있는데요.


서: 어느 나라를 가건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교류하는 문화가 있지 않습니까. 문화의 힘을 중시한 선친께서는 ‘우리도 문화 국민으로서 우리만의 차 문화를 가지고 있어야하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으로 ‘오설록’을 시작하셨지요.
우리나라는 신라 때부터 차를 마시기 시작해서 고려시대에 차문화의 절정을 이뤘습니다. 조선시대에 술이 차를 대체하기 시작했지만 조상께 예를 갖추는 차례상도 원래는 술보다 차를 올렸기 때문에 ‘차’례인 것이죠. 저도 술을 좋아하는 편이고, 학교 다닐 적엔 신촌의 땅이 솟아오르는 기이한 경험과 함께 깁스를 한 적도 있습니다만(웃음) 주말에는 내려가서 차 농사를 짓곤 했습니다.

 

손: 차 밭은 전부 제주에 있나요?


서: 제주에 3곳, 전라남도에 1곳 있습니다. 지금은 1년에 백만 명이 다녀가는 차 밭이지만 79년 당시만 해도 버려진 땅에다 직접 퇴비를 만들며 10년을 일궜으니 농부나 다름없었죠. 다른 사람들은 호텔을 짓고 있는데 우리는 나무를 심고 있으니 오죽하면 지역 주민 분들이 골프장을 짓기 위한 위장술이라고 그랬겠어요. 남들이 다 말려도, 주위 의견에 휘둘리지 않는 뚝심도 중요한 사업정신의 하나라 생각합니다.

 

손: K-뷰티를 이끌고 계시다 보니 전 세계에 출장이 잦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중국 시장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을 듯 합니다.


서: 누적으로는 100여 번을 넘게 다녔고, 요즘도 두 달에 한번은 방문합니다. 중국 수입화장품 부동의 1위가 프랑스인데 우리나라가 근소한 차이로 따라잡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중국에 가면 일부러 길거리도 많이 걸어보고, 허름한 식당부터 럭셔리 몰까지다 가보곤 합니다. 중국을 ‘올드 차이나’와 ‘뉴 차이나’로 구분한다면 후자는 문화, 건강 등 삶의 질과 구조를 바꾸는 산업이라 할 수 있는데요. 굉장히 발전 가능성이 많은 역동적인 분야이고, 때문에 사회를 바라보는 균형적인 시각이 매우 중요하게 요구됩니다. 그러니 우리 연세인들이 독수리의 눈과 곤충의 눈을 모두 가졌으면 해요.

 

손: 독수리처럼 멀리 내다볼 줄 아는 혜안과 곤충처럼 가까운 곳도 놓치지 않는 시야, 그런 조언들을 후배들한테 해주고 싶으신 거군요.


서: 중국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축복을 받은 곳, 또는 기회를 져버린 곳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방이 안 는 독창적인 것들을 장인의 정신으로 만들고 이를 디지털로 얼마나 시스템화 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되겠지요.

 

손: 승승장구하는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씀하신 바가 있습니다. 다가오는 신년 목표는 무엇인가요?

 

서: ‘겸손한 도전’을 하려고 합니다. 전 세계 고객들을 가장 아름답게 하고, 세계와 아름다움을 서로 공유하는 데에 앞장서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직도 전세계에 진출할 곳이 많습니다. 아직 우리가 진출하지 않은 남미, 중동 등도 미래 시장입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웃음)

 

손: 바쁜 일정 속에서도 책을 놓지 않으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빠져있는 책이 있으신가요?


서: 요즘 읽은 책은 애덤 그랜트의 『Give and Take』, 부제는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라는 책인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세상에는 ‘기버(Giver)’형 인간들이 약 10퍼센트면 ‘착취하는 인간(Taker)’형은 약 15퍼센트이고, 나머지는 받는 만큼만 주는 ‘매쳐(Matcher)형’인데 요약하자면 최후의 승자는 ‘기버(Giver)’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쳐(Matcher)’이지만 후에 성공할 가능성은 통계적으로도 ‘기버(Giver)’가 높다는 거죠.

 

손: '핑크리본캠페인',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등 사회공헌 활동과 가족친화경영에 앞장서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경영방침도 ‘기버(Giver)’에 해당할 수 있겠군요.


서: 아모레퍼시픽이 지향하는 가치관은 ‘아름다움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선물’이라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공헌을 하는 방식 역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유방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주는 ‘핑크리본캠페인’, 암환자들에게 아름다움을 통한 자존감 회복을 돕는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 등 사회를 위하는 방식 역시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면 됩니다. 미국의 사회경제학자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 교수는 스마트하게 이타주의를 실행하라고 한 바가 있는데, 실제로 참여하고 있는 저희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습니다.

 

손: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서: 인간의 삶이란 충전과 방전의 연속이 아닐까요? 충전은 확실하게, 방전도 확실하게 하자는 주의입니다. 먹는 것과 자는 것만 제대로 해도 에너지를 잘 충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때문에 먹을 때는 즐겁게 먹고, 자기 전에는 하루 있었던 일을 잘 정리하려고 합니다. 머리맡에 볼펜과 메모지를 두고 떠오르는 잡념이나 해야 할 일 등을 다 기록하고 머리를 비운 후에 숙면을 취하는 거지요.

 

손: 끝으로 새해 인사 겸 <연경포럼>과 동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 앞으로도 모교와 동문회에 아낌없는 조언과 애정 부탁 드립니다. 또한 저희가 투명하게 재정을 운영하고 있으니 변함없는 후원군이 되어주시기를 동창회장으로서 부탁 드리는 바입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넘기는 연세상경인의 저력을 생각하면 너무 무겁게만 볼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016년에도 하시는 일들 모두 잘 풀리시길 바라며, 건강하고 즐거운 신년을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

 

 

 

글 | 연세춘추 임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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