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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SANG PLA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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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김동준(83경제)의 포토에세이_사진 한 점, 생각 한 줄
등록일:2018-12-18
조회수:708

김동준의 포토 에세이_사진 한 점, 생각 한 줌

인생의 조각품


글, 사진 김동준 동문(83경제, 큐로그룹 부회장)

저는 비즈니스 출장과 가족 여행 등을 더하면 해외 여행을 꽤 많이 한 축에 속합니다. 어느 날 세계 지도를 놓고 점검해 보니 약 30여 개국을 여행했고, 비행기 탑승 마일리지는 거의 80만 마일에 이릅니다. 여름 휴가를 겸한 가족 여행 외에 비즈니스 여행 스케줄은 워낙 빡빡해서 일하면서 덤으로 얻어지는 해외 여행 기회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휴스턴에 4주간의 출장을 갔을 때는 주말에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해외 여행을 할 때 짬이 나면 해당 도시의 대학 캠퍼스를 방문하고는 했습니다. 미국의 뉴욕의 뉴욕대학교, 워싱턴의 조지워싱턴대학교, 샌프란시스코의 스탠포드대학교, 그리고 미국 이외에도 런던의 옥스포드대학교, 중국의 북경대학교, 칭화대학교 등입니다. 이렇게 대학 캠퍼스를 방문하고 싶었던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니, 아마도 젊은 시절 유학을 가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아서 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아주 좋은 스승을 만났습니다. 제가 너무 존경하고 좋아해서 대학원에 진학한 후 조교로 받아 주기를 간청했고, 연구실에서 2년여 동안 함께 생활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아침에 일찍 출근해 연구실을 청소하고, 창문을 열어 책 먼지를 환기시킨 후 드립 커피를 내려놓고 기다렸다가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참으로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석사과정 동안 선생님 연구실에서 회계사 시험도 합격하고, 석사장교시험도 합격하는 기쁨도 얻었습니다. 당시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자를 이해하고, 따뜻하게 인생의 지혜를 나누어 주시는 선생님을 너무 좋아했고 존경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모교 교수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래의 직업으로 대학교수라는 삶이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지금은 국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에 유수한 대학의 교수를 하는 경우도 많지만, 당시에는 외국 학위가 있는 사람들만 교수로 부임하는 것이 대세였습니다. 넉넉지 못한 집안 형편과 경제 능력이 없는 부모님을 봉양해야 했기 때문에 언감생심 외국 유학은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아쉬움의 절정은 지도교수님이 안식년으로 미국 대학에 체류하실 때, 전액장학금과 조교로의 취업 등 제 몸 하나만 가면 공부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놓고 유학을 권하셨을 때였습니다. 여하튼 저는 그 당시 유학을 가지 않고, 회계법인에 취업했고, 그후 지금까지 그 선택에서 파생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시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환상은 고스란히 남았지만 저는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과거의 일은 후회와 미련의 감정으로 보지 않는 능력과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가지 않았던 길’보다는 제가 ‘걸어온 길’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지금까지 누려왔고, 앞으로 나의 선택으로 살아갈 길에 대해 무한 긍정을 하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 먹기 나름이니까 마음만 먹으면 됩니다.

이 사진은 미국 휴스턴의 라이스대학교 캠퍼스를 방문했을 때입니다. 그리 넓지 않은 대학 캠퍼스에 단아한 빨간 벽돌로 지어진 지 오래된 건물들의
차분한 느낌이 모교인 연세대학교의 옛날 캠퍼스와 비슷했습니다. 노루나 다람쥐 같은 동물이 바로 옆까지 다가오고, 파란 잔디밭에 학생들이 삼삼오오 둘러앉거나 연인의 다리를 베고 누워 한가로이 책을 읽는 대학 캠퍼스는 제 학생시절의 로망이었습니다. ‘가지 않은 길’,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상징 같았습니다.
뭔가를 골똘히 회상하며 걷고 있던 때 로망 속의 바로 그 파란 잔디밭 위에 멀리서 보아도 특이하게 보일 만큼 하얀 버섯이 가장 작은 것부터 가장 큰
것까지 일렬로 줄을 서서 피어 있었습니다. 평생 처음 보는 굉장히 특이한 광경이었습니다. 저렇게 일렬로 피어 있는 버섯을 몇 주째 그냥 놔둘 수 있는 사람들의 여유가 고마웠고, 저는 최대한 낮은 자세로 촬영을 했습니다. 이 사진은 긴 인생살이에서 어느 것 하나 노력 없이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없으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다 보면 반드시 크게(^^) 된다는 가르침을 주는 것 같습니다. 어느 페친은 얼핏 보고 조각품인 줄 알았다고 하는데, 제 인생을 어느 예술가가 조각할 때 저런 모습으로 만들어 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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