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일부로 제29대 연세 상경·경영대학 동창회가 공식 출범했다.
노경연 동문이 오치훈 신임 동창회장을 만나 앞으로의 포부와 경영자로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제29대 동창회 슬로건 연•세 •다 •움 •은 모교가 140년간 지켜온 진리와 자유, 창의성과 윤리성이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존중과 협력을 통해 동문 간 유대를 강화해 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대한제강㈜ 회장 / 동창회장
오치훈 [94경영] 동문

Q. 제29대 동창회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2013년부터 오랜 기간 동창회 활동을 해오신 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을 텐데요, 동창회는 회장님께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3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의 삶은 동창회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당시 관리분과장이셨던 강호찬 제28대 동창회장님의 권유로 동창회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이후 서경배 회장님께서 동창회 운영조직을 새롭게 정비하시면서 이재용 운영위원장님과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였고, 이 과정에서 많은 선후배님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이른 나이에 동창회장을 맡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3만 명이 넘는 동문님들을 모시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회장님께서 생각하는 동창회의 당면 과제는 무엇이며, 28대와는 어떤 차별성을 가져갈지 포부를 듣고 싶습니다.
과거 운영위원으로서의 미션이 동창회에 ‘새로운 자극과 변화’를 주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동창회장으로서 ‘보다 긴 호흡으로 시대 변화에 발맞춰 우리 동문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느낍니다. 60년대 학번 선배부터 갓 졸업한 동문들까지 연세 상경·경영인이라는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가슴 속에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동창회장의 공통적인 소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전통과 변화의 조화’는 어려운 미션인만큼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인터뷰를 통해 경영자로서의 회장님의 모습도 담고자 합니다.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전망을 어떻게 판단하고 계시나요?
철근시장은 2010~2015년 비수기, 2016~2018년 성수기, 팬데믹 중 수요 증가를 거쳐 현재 불경기입니다. 이처럼 부침이 심한 시장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철강산업을 조금은 다른, 순환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 제조업이 아닌 보다 넓은 관점에서 보면, 철강산업은 생산 후에 반복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해 환경친화적이면서도 동시에 에너지를 많이 쓰는 업종입니다. 따라서 접근방식에 따라 혁신적인 사업으로 재도약할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흔한 소재라고 해서 그 가치를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철강이 우리나라 산업의 토대를 만들어 왔으며 이제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갈 시기로 볼 수 있습니다. 산업의 미래가 긍정적으로 그려질 수 있도록 산업의 경계를 넘는 도전과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Q. 대한제강의 신사업들은 ‘타 사업과의 융합’이라는 특성과 함께‘ESG’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 간의 성과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22년부터 ESG 경영에 적극 동참하고자 새로운 비전과 미션을 기반으로 신규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세 가지 사업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첫째, ‘GREF’는 철근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해 온실에서 농산물을 재배하는 에너지 순환 그린 솔루션입니다. 2023년 1월 첫 스마트팜을 완공하였고, 그 기술을 인정받아 충남 당진시와 국내 최대 규모의 스마트팜 단지 조성에 착수했습니다. 산업과 농업이 공존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둘째, ‘ARKERD’는 작업자의 안전에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한 맞춤형 작업복을 제작하는 안전 솔루션입니다. 철강, 조선, 화학, 모빌리티, 건설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20개 이상의 기업이 ‘ARKERD’의 현장 맞춤형 제품을 도입하고 있으며, 작업환경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셋째, ‘Aimos’는 AI 기반 스크랩 판정 시스템으로 인공지능 시대에 맞춰 철스크랩의 체계적인 자원화를 돕는 판정 솔루션입니다. 이사업은 LG CNS와 합작 법인 설립을 통해 본격화했으며, 철강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중요한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Q. 끊임없는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과, 철강업에 대한 고정관념과 달리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질문 주신 것처럼 철강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함입니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한 철강업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기존 산업이 주는 인식을 바꾸고 새로운 산업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공장 폐열로 운영하는 스마트팜이라 하면, 온실 속 싱싱한 작물보다 공장 굴뚝의 검은 연기를 먼저 떠올리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폐열은 자원의 순환을 이끄는 아주 귀중한 친환경적인 요소입니다. 이처럼 새로운 가치를 온전히 전하기 위한 시각화 과정을 위해 브랜딩 전문회사와도 협업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디자인을 볼 때 가장 중점으로 보는 건 미학보다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많은 이들이 보편적으로 좋다고 여기는 디자인은 오랜 시간 수많은 전문가가 갈고 닦은 결과로, 저는 그 속에 담긴 신뢰가 결국 기능에 대한 신뢰로 연결된다고 봅니다.
Q. “직원들에 대한 최대한의 복지는 안전한 사업장을 만드는 것”이라는 말씀이 인상 깊습니다. 안전 경영을 최우선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이시나요? 
안전 경영의 출발점은 직원 개개인의 ‘자긍심’이라 생각해요. 앞서소개해 드린 신사업도 직원들이 직접 참여한 환경·사회·투명경영(ESG)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워크웨어 ‘ARKERD’는 ‘작업자가 일하는 매 순간 안전하게 보호받고, 동시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하겠다’라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는 2022년부터 현장 맞춤형 ‘ARKERD’ 작업복과 보호장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작업복을 내 몸을 지키는 장비라는 인식의 변화와 착용 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품질을 높이고 디자인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작업복 교체
이후 현재까지 산업재해율을 1/6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안전 문화 정착을 위해 사내 유튜브 채널 ‘안전한가(家)(안전을 제일로 여기고 안전한 제강회사를 이끄는 사람들의 이야기 와이케이스틸&대한제강)’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안내 채널이 아닌 직원들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담고, 안전 문화의 선도자로서 회차 별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도 몇 번 출연했는데요. 좋은 안전 문화의 확산을 위해 ‘구독과 좋아요’는 언제나 환영합니다.
Q. 요새 젊은 세대가 다소 기피하는 ‘전통 제조업’을 매력적인 일터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철강업은 공장 중심의 차별성이 낮은 산업이고, 가장 중요한 자질이 성실함과 인내심입니다. 재량권과 자율권을 내세운 자아실현이 쉽지 않아 기본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찾게 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업이나 다른 업종들에 비해 월등히 큰 대규모 조직과 자산을 활용하여 세상의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이 더 크고, 이를 가능케 하는 재량권이 부여된다는 점에서 능력과 의지가 있는 분들께는 충분히 매력 있는 일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회장님께서 생각하는 좋은 기업과 훌륭한 리더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런 질문이 요즘은 더 어렵게 느껴지네요. 좋은 기업이란 이해관계자(구성원 · 투자자 ·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기회를 제공해주는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지향점을 지닌 관계자들을 동시에 충분히 만족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회사의 실적과 신뢰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이겠죠.
훌륭한 리더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한 방향으로 합의를 이루게 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지금처럼 외부변수의 영향이 커지고, 내부자원 운영에도 더 많은 합의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주어진 조건하에 최선의 선택을 하고 이를 실현해 내기 위한 대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10년뒤, 대한제강은 어떤 모습일까요?
2024년, 대한제강 창립 70주년을 맞아 100년 기업을 향한 ‘Impact Business’ 비전과 ‘Re-sponsibility’, ‘Sustainability’ 미션을 새로세웠습니다. 앞으로의 10년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철강산업의 본질을 지키며 비즈니스 영향력을 넓혀 산업 전반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고자 합니다. 또한 사회적 책임도 적극적으로 실천하여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Q. 경영자로서뿐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의 성장을 위해 요즘은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우선 하나 있는 아들의 교육입니다. 아버지는 10형제의 장남이셨고, 5남매의 막내로 자라 항상 많은 가족과 지낸 저와는 달리, 아들은 외동으로 자랐고 어릴 때 상당 기간 저와 떨어져 있었습니다. 지금도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들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도 필요할 것 같고, 강압적이거나 꼰대처럼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와이프와는 남은 인생을 공유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를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같이 살았지만, 분명히 관심사도 다르고 타고난 성향도 다른 부분이 있죠. 새로운 트렌드를 같이 탐구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삶을 지속적으로 풍요롭게 살 수 있다면 즐거운 인생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일단 건강이고, 세상의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새로운 것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교류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연경포럼을 통해 동문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세상을 밝고 즐겁게 살고 싶습니다. 어떤 조직이든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가치가 실제 구성원들에게 알게 모르게 반영된다고 생각하는데, 저에게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의 연세정신이 켜켜이 쌓여왔습니다. ‘진리’와 ‘자유’로 창립 140주년을 바라보는 연세대학교는 그냥 만들어진 조직이 아니고, 우리나라를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정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동문들께도 연세인이라는 자부심으로부터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원동력을 얻으시길 바라며,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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