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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SANG PLA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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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김동준(83경제)의 사진 한 점, 생각 한 줌- 자세히 보아야 어여쁘다
등록일:2017-06-14
조회수:105

사진 한 점, 생각 한 줌

(김동준, 83경제, 큐캐피탈파트너스(주) 대표이사 부회장)

 

 

대전에서 태어났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두 살 무렵에 서울로 이사 왔던 저는, 전형적인 서울깍쟁이로 시골생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다만, 어른이 되고 나서 벌초와 시제 등의 집안 행사가 있을 때마다 아버님의 고향 공주를 방문하곤 했습니다. 이제는 예초기와 낫을 들고, 풀도 제법 잘 베지만, 어렸을 때는 우리가 먹는 쌀이 쌀나무에서 나오는 줄 알았던 평범한 서울 아이였습니다.


위로 몇 대 조상님들의 산소를 일괄하여 이장하는 행사가 있던 날, 저는 몇 시간 차를 달려 충남 홍성의 장지로 갔습니다. 십여 명의 일꾼들이 바삐 일하는 동안, 삽질도 잘 못하는 저는 현장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와 조상님 묘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몇 년에 한 번 정도 들르던 곳에서, 이제 이장 행사가 끝나면 아마도 다시는 방문할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갑자기 관심이 생겼지요. 산소에서 약간 비탈길을 내려오니 야트막한 둔덕에 검은 색 차양을 친 인삼밭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끝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인삼은 6년을 키워야 비로소 판매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란다고 하는데, 이 높은 곳까지 매일 오르내릴 농부들 생각이 났습니다.


그런데, 검은색의 인삼밭 옆에 녹색이 끊임없이 펼쳐져 있는 광경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찬연한 녹색의 빛을 반사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이 사진을 찍을 때가 5월로, 봄이 한창인 시기라 아직 벼가 자랄 때는 아니었습니다. 가까이 보니 그것은 바로 밀이었습니다. 이 사진을 찍으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밀이 자라는 모습을 자세히 보게 되었습니다. 사진을 배우면서 피사체를 멀리서 찍어 전체적인 풍경을 아름답게 담아내기도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찍으면 완전히 다른 사진이 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낮추어 아래에서 피사체를 위로 바라보게 되면, 분위기가 전혀 다른 사진이 되기도 합니다.


이 사진을 찍으면서, 위 두 가지 기법을 모두 사용해 보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아래에서 위로 밀 줄기 하나를 올려다보면서 찍었지요. 그 결과 그저 밀밭을 멀리서 찍을 때와는 다른 느낌의 사진을 얻게 되었습니다.


밀 한 포기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지 않은지요. 당당하게 홀로 서 있으면서도, 수많은 수확을 예고하는 저 푸르른 기운이,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는 돌기 하나 하나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 사진 한 장으로 그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함께 일하는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관심을 두고 자세히 파악하여, 그 사람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어야 하겠지요. 오늘도 밀 한 줄기 사진에 마음을 가다듬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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