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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SANG PLA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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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김동준(83경제)의 포토 에세이 사진 한 점, 생각 한 줌_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는 무슨 일이
등록일:2017-12-13
조회수:145

 

 

사진 한 점, 생각 한 줌, 김동준의 포토 에세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는 무슨 일이 (김동준 83경제, 큐캐피털 파트너스 대표이사)

  사람은 살다 보면 여러 번 부침을 겪게 됩니다.

사업으로 성공하신 어떤 선배님은 제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생각으로,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씀을 드리자

“최선의 노력을 다해 열심히 산다는 것보다는 ‘잘’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조언을 주셔서 꽤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30대 초·중반까지 제 삶은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들도 가득했기 때문에 맞이하는 모든 상황에서 ‘잘’ 즉, 결과를 좋게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직도 젊은이들은 경험과 지혜의 부족으로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어 가면서 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의 삶에 더 부합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 시절부터 경영·경제 복수전공을 하고 동시에 공인회계사 시험준비를 하면서 열심히 살았고, 대학원 진학 후 교수님 연구실 조교업무를 하면서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였습니다. 또, 석사학위를 공부하면서 한국회계학회 조교 업무도 맡아 수행하였었고, 석사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후에는 국내 최대 회계법인에서 근무했습니다. 회계사로 근무하는 중에 주경야독으로 모교의 경영학 박사과정을 마쳐 1998년에는 경영학 박사학위도 취득하였습니다. 정말로 숨 쉴 틈 없이 열심히 살아온 거였지요.

  문제의 발단은 박사학위 논문 작성 이후에 선배 회계사 한 분이 회계법인 설립에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해주신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지방대학의 교수로서의 삶보다는 이미 겪어본 회계사로서의 미래가 더 손에 잡히는 것 같아, 그 제안을 받아들였지요. 그러나 신설되는 회계법인의 실질적 리더로서 회계법인 기준자본금 10억 원 중에서 일부인 2억 원 정도의 자본금을 제가 납부해야 한다는 점이 큰 난관이었습니다. 마침 선배의 친구가 증권회사 직원이었는데, 돈을 단시간에 불려주겠다는 말에 회계법인 설립자금을 조달할 욕심에 여기저기서 무리하게 돈을 빌려서 1억5,000만 원 정도의 자금을 맡겼습니다. 그런데,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IMF 금융위기가 터졌습니다. 투자한 회사는 부도가 났다고 하고, 신용미수를 사용하여 주식투자를 했기 때문에 제가 투자한 돈 이상으로 증권사에 빚을 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이 캄캄해지고,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 회계사 연봉 6,000~7,000만 원으로 생활비 쓰고, 부모님 봉양하고, 미래를 위해 약간의 저축을 하는 평범한 월급쟁이로만 살아왔던 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능력에 부치는 일을 괜히 시작했다는 후회가 밀려오고, 저는 낙담에 낙담을거듭하였습니다.

  게다가 강남에 약 100여 평의 사무실을 얻고, 회계법인 사무실을 준비하던 터에 자본금도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무실 인테리어 등의 대금으로 2억 원에 가까운 빚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 한 번도 상상하거나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었고, 앞날은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혹독한 금융위기 속에서 사무실 보증금과 임대료도 밀리고, 친구로부터 인테리어 대금 독촉까지 받는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지요.

너무나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IMF 위기 발발 이후 종금사 금리가 거의 40% 가까이 올라간 상황, 그 금리로도 돈을 빌리는 것은 거의 하늘의 별 따기였고, 회계사 경력밖에 없던 제가 무작정 시작한 컨설팅 회사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기대난망이었습니다. 저는 그냥 이게 악몽이었으면, 오늘 푹 자고 일어나면 내일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도 악몽 같은 현실이 그대로 저를 맞이하고 있었지요.

 어느 날, 감옥같이 느껴지던 넓은 사무실에서 답답한 마음으로 온종일 시간을 보내다가, 퇴근해 집에 들어서서는 아파트 베란다에 나가서 하염없이 밖을 바라보았습니다. 한겨울 추위에 떨면서도 따듯한 안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그저 여기서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가면 이 고통, 이 모든 것이 엄청나게 꼬인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떨어져, 떨어지면 아주 잠깐 아플 거고, 그 이후는 영원한 안식이야. 지금 겪고 있는 고통으로부터는 해방이야.”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바로 귓가에서 윙윙거렸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저는 당시 그런 헛된 선택을 하지 않고 어떻게든 열심히 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던 것이 너무 아까워서 도저히 죽을 수 없었습니다.

 그 이후는 영화 ‘타이타닉’의 여주인공 ‘로즈’역의 케이트 윈슬렛(Kate Elizabeth Winslet)이 난파된유람선 조각을 잡고 살아남아 구조된 이후 죽을 때까지 살았던 것 같은 삶을 저도 살았고, 살고 있습니다. ‘로즈’는 나중에 블루 다이아몬드를 바다에 던지며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승마, 경비행기 조정, 결혼 등’ 하고 싶은 일들을 모두 시도하면서 정말 멋진 생을 살지요. 그 이후 반년 만에 2억 달러 규모의 크로스 보더 M&A의 성공으로 빚을 모두 청산하고도 컨설팅 회사를 계속 운영할 수 있게 되었고, 벤처캐피탈 대표, 코스닥 회사 대표, 전문대학교의 총장 등을 맡으면서, 지금은 1조가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사모펀드 운영회사의 대표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 기간에 알래스카, 캐나다 로키 산맥, 하와이, 괌, 북해도, 스페인 코스타델솔 등을 여행했고, 많은 즐거운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여러 번의 위기를 만났지만, 첫 번째 위기보다는 쉬웠습니다. 위기를 어떻게 넘기면 된다는 지혜를 조금 터득한 덕분이겠지요.

 이제 다시 사진으로 돌아와서, 너무 작아서 안 보이셨겠지만, 소나무로 덮인 큰 바위 중에 돌이 조금 드러난 곳에 까치 한 마리가 위태롭게 서 있습니다. 요즘 스마트폰의 해상도가 워낙 뛰어나서, 이 사진을 찍고 확대해 보니 까치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여서 깜짝 놀랐었습니다.

 물론 까치는 날개가 있어 저 바위를 박차고 나가도 훨훨 창공을 날겠지요. 그런데도 저 깎아지른 절벽 바위에 홀로 앉아 있는 까치의 모습에서 첫 번째 위기에 마음 둘 곳 없이 베란다에 서서 아래를 바라보던 제 모습이 투영되어 저는 한동안 까치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실로 죽음은 한 순간이겠지요. 사고로 ‘죽음 가까이’ 갔었던 친구는 본인의 경험을 다룬 옴니버스형 연극에서 ‘죽음’이란, ‘다른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나만 없는 것’이라는 독백을 했었습니다. 그 독백을 들으면서 저는 많은 생각을 했었지요. 죽음 직전까지 가본 사람, 죽다가 살아난 사람들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바뀐다고 합니다. 그런 자세한 이야기들은 다른 책에 많이 있을 테니, 저는 간단히 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한마디만 남기고자 합니다.

“그때 죽었으면, 진짜 억울할 뻔했잖아.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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