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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SANG PLA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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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김동준(83경제)의 포토 에세이 _ 사진 한 점, 생각 한 줌 - 일 한다는 것은
등록일:2018-02-09
조회수:165

일 한다는 것은

 

글, 사진 김동준 동문_83경제, 큐캐피탈파트너스㈜ 대표이사 부회장

 

 

  저는 1990년에 회계사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회계사의 주요 업무는 회사들이 재무제표를 제대로 작성했는지 감사하여 이해관계자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입니다. 재무제표의 숫자들은 단지 숫자가 아니라, 그 회사의 운영과 관련된 수많은 정보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회계사 초년병의 눈에는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들어오지 않습니다. ‘외상매출금’, ‘재고자산’, ‘재공품’ 등의 용어들은 그저 책에서 배운 알 듯 모를 듯한 것에 불과했었습니다.

  그런 숫자들의 의미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하는 때는 회사의 제조공정을 이해하고, 공장 현장을 둘러보고, 실제로 어떻게 일을 하는지를 설명을 듣는 ‘중간 감사’를 마친 이후입니다. 지금도 인천의 한 소금공장을 방문했을 때를 잊지 못합니다. 우리가 집에서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는 소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지를 처음 보았는데, 그 시설의 열악함에 한번 놀랐고, 그 공정의 단순함에 두 번 놀랐습니다. 그래도 최종적으로 예쁘게 포장되어 나오는 각종 제품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 첫 번째 공장 방문에서 아주 상식적인 질문을 통해서 염도 80%짜리 천일염과 99%짜리 기계염이 합쳐져서, 우리가 식탁에서 먹는 ‘식염’이 만들어지는데, 왜 수율이 맞지 않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회계 부정과 세금 탈루를 밝히기도 했었지요.

  요즘에는 주로 투자에 관련된 일을 하지만, 여전히 현장 방문은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 회사의 생생한 냄새를 맡고,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 재무제표나 보고서에만 의지하지 않고, 반드시 현장을 방문하려고 합니다.

  이 사진은 제가 관여된 한 회사를 방문하였을 때 찍은 것입니다. 이 회사의 주업과 관련된 산업은 아주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고, 국내 경쟁회사들은 대부분이 부도를 내고 망해 버렸습니다. 이 회사는 그나마 망하지 않고,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아 근근이 연명하고 있었는데, 저는 이 회사의 운명의 방향키를 어디로 틀지 정해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이른 새벽 비행기를 타고, 직접 남쪽 지방 도시 두 군데에 있는 여러 공장을 방문하는 일정이었습니다. 걱정했던 것보다 공장은 활력에 넘쳐 있었습니다. 일하는 분들도 모두 푸른 작업복에 햇볕에 그을린 순박한 얼굴들을 하고, 저에게 최선을 다해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공장 안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각 프로젝트 별로 진행되는 작업 곳곳에서는 산업일꾼들이 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었지요.

  공장 안 여러 곳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걷던 중에 큰 파이프 안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길래, 궁금한 마음으로 다가가 보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용접하는 소리에 우리가 뒤에 다가온 줄도 모르고, 보호경을 쓴 머리를 아래로 숙이고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뒷모습을 찍게 되었습니다.

  이분들은 엄청난 금속 뭉치들을 용접으로 연결하는 작업만 평균 2~30년 해 온 분들이라고 하네요. 산업역군들이신 거지요. 용접 작업이 단순해 보여도, 아주 미세한 조정을 해야 하는 특별한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라고 합니다.

  이 사진을 본 어느 친구는 “근래에 본 가장 아름다운 사진이다.”라고 하였고, “드러내 보이기보다 묵묵히 일하는 뒷모습이 아름답다.” “마음이 경건해진다.” “사진 색의 조화가 참 마음에 든다.” 등의 좋은 의견을 주었습니다. 역시 좋은 사진을 보면 다들 느끼는 것이 비슷한 모양입니다. 저도 이 사진을 보면서 저분들이 은퇴할 때까지 활기차게 일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개인적인 소망을 의사결정 과정에 살짝 얹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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